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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숫자·돈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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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se blockquote { background: none; padding: 0; font-size: 1em; line-height: 1.615; } 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음 날 있을 구글 임팩트챌린지(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 결승을 위해 내한했는데,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설명하고, 외부 평판도 물어보며, 국내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은 없는지 등이 자유롭게 공유됐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의 오버헤드(Overhead·운영비)에 상한선을 뒀는데, 하다보니 단체마다 상황이 다른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상한선을 없앴다. 2~3년 주기로 선정된 비영리단체를 모니터링해서 성과가 좋은 곳은 재투자를 한다." 놀란 건, 다음 날 구글 결승전에서였다. 원래 구글은 결승 진출 10개 프로젝트 중 4개 팀에 5억원의 상금과 1년의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 대해서도 2억5000만원의 깜짝 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 사회공헌이 흥행을 거두고 삼성도 100억원 규모의 혁신적 사회공헌 공모 방식을 시도하자,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 또한 궁금함이 많은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사회공헌 공모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한 번쯤은 다 시도한다. 근데 왜 구글이 화제가 됐을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잘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초기에 1~2년 공모전을 한 후 이 중 좋은 아이디어만 가로채서 직접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공모전을 쉽게 생각했다가 공모전 탈락 후유증 때문에 오히려 적이 많아져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사회와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사회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가져야 사랑받는다." 지난달 31일, SK행복나눔재단(이사장 최기원) 10주년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감동적인 인물을 만났다. 사회적기업 '임브레이스 이노베이션'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인 첸씨다. 그녀는 2007년 스탠퍼드대 MBA 과정 중 팀프로젝트를 위해 네팔과 인도를 방문했다 저렴한 인큐베이터 개발을 결심했다. 병원에 가는 데만 4시간 걸리는 바람에 조산아들이 죽어가고, 전기 공급이 어려워 기증받은 최신식 인큐베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걸 목격하고서였다. 그녀가 만든 건 '포대기' 같은 침낭 모양의 보온 장치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실패했다고 했다. 그 결과 만든 제품은 단돈 200달러(22만원). 기존 제품 가격(2만달러)의 100분의 1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최기원 이사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문석 SK그룹 사회공헌위원장 등 SK계열사 사장들도 여럿 참석해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숫자와 돈 얘기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별 관심 없어 보이던 필자 옆자리의 계열사 CEO는 제인 첸씨의 이야기에 휴대폰 사진을 촬영하며, 브로셔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식품기업 네슬레를 방문한 후 받은 가장 큰 영감은, '문제 있는 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도전하는 열정과 집념, 우리가 다시금 가져야 할 '헝그리 정신'이 아닐까 싶었다.